천연 해면스펀지에 꽂힌 후기

마치 얼굴 씻기 위해 만들어진듯한 모양새의 천연 해면 스펀지...

요즘 선크림을 바르긴 해야겠는데 지우는 게 너무 힘들어서 고민하면서
선크림 지우는 법을 인터넷에 엄청 검색했다...ㅠ

보아하니 차단력 높은 선크림은 대체로 클렌징오일로 지우라는 것 같은데,
클렌징 오일은 기름범벅되는 게 싫어서 전부터 좋아하지 않았어서
어떻게 지워야 하나 고민하다가
중고어플 찜목록에 담겨있던 해면스펀지를 보고 이걸로 문질러볼까 하고
시험 삼아 한번 사봤는데,

스펀지가...

선크림을 지워줘
화장도 지워줘
얼굴을 씻어줘

근데,
그 스펀지가...

얼굴을
물로 헹궈도 줘

말이 되나?!

난 인생을 헛살았다.
얼굴은 스펀지로 씻는 거였다.

이게 보통 스펀지랑 다른 이유가
천연스펀지는 건조된 상태에서는 버석버석 까끌까끌한데
여기다가 클렌징오일을 적시면
딱 얼굴에 묻은 게 잘 닦이는 상태가 되는 것이다....

나는 이렇게 뾰족뾰족 심이 돋은 인공스펀지는 만나보지 못했지.
하지만 이 녀석은 이렇게 생겼지.

그렇게 클렌징오일로 닦고, 물을 적셔가면서 오일을 씻어낸 다음에
비누 같은 걸로 똑같이 한번 더 하면 끝이다....

너무 쉽고 좋아서 쟁여버렸다. (<- ADHD 특징)

적셔쓰는거라 곰팡이 걱정도 되고, 날벌레가 앉을까 걱정돼서
망으로 된 건조케이스 같은 뭔가의 필요를 느꼈는데,

고민하다가 퍼프 말리는 케이스에 말리려고 케이스를 주문하고
직구로 사서 오래 기다려야 하던 중에

다이소 구경 갔을 때 딱 좋은 크기의 찻잎망을 발견하고
내가 원하던 게 바로 이거야! 하고 사들고 왔다.

공기는 잘 통하고 벌레는 못 들어가는 촘촘하고 튼튼한 망ㅠㅠ
겁나게 맘에 든다.
여자친구 화장실에도 작은 비누망에 넣어서 걸어줬다.

날벌레가 없으면 그냥 작은 비누망으로도 충분한데
우리 집은 그렇질 못해서... 여하튼 철갑옷도 둘러주고 잘 쓰고 있다
나 이제 선크림 잘 바를 거다